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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연재] 성수의가 312 연재 소설방

"아니외다. 헌데 뉘신지?"
"아! 호호호. 저희가 실례를 범했군요. 령령 너 이 자식!'

몸 전체가 소금처럼 하얀 소금 덩어리와 인사를 나누면서도 령령을 향해 주먹을 들어 올리는 초혜였다. 그 모습이 자칫 무례하게 비칠 수도 있건만 왠일인지 앞으로 나선 빙궁 수호대 대주 단유영은 묵묵히 초혜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자신들을 조금(?) 무시하는 듯한 경향이 보이긴 하지만 적의를 가진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초혜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잠시만요! 령령 너 이리 와"

밍밍 곁에서 초혜의 눈치를 살피고 있던 령령이 화들짝 놀라서 밍밍의 다리 사이로 숨으려 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령령은 숨는 걸 포기하고 순순히 초혜 앞으로 걸어가야만 했다.

"홍아 불러서 혼내주라고 한다"

왜냐하면 초혜가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아직은 홍아가 조금 무서웠던 령령이기에 순순히 초혜 앞으로 걸어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편 마지 못한 듯 느릿하게 자신의 앞으로 걸어온 령령과 눈을 맞춘 초혜가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령령! 한번만 더 혼자서 돌아다니면 진짜 혼날줄 알아. 알았어?"
"푸르릉"

초혜의 단호한 말에 콧김을 뿜어내는 령령의 머리가 아래 위로 여러번 끄덕여졌다. 분명하고 확실하게 알았다는 의미였다. 그런 령령의 콧 잔등을 손바닥으로 한번 쓸어준 초혜가 이번에는 길 옆의 숲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면서 큰 목소리로 누군가를 불렀다.

"홍아! 이리 나와 봐"

그러자 빙궁 측에서는 또 다른 누군가가 숲 속에 은신해 있나 싶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 헌데 초혜의 외침이 있고 얼마지나지 않아서 숲 속에서 이상한 기음이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이에 빙궁의 무인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기음의 정체에 대한 의문을 표시했다. 물론 그러한 의문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갑자기 거대한 천년오공 한 마리가 미끄러지듯이 숲속을 빠져나오는 것이 목격되었기 때문이다.

"헉!'
"저,저"

챙! 챙!

홍아의 출현에 놀란 빙궁의 무인들이 일제히 무기를 뽑아 들었다. 하지만 숲에서 빠져나온 홍아는 그런 빙궁 무인들의 살벌한 모습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을 찾은 초혜 앞으로 공손하게(?) 다가가서 거대한 머리를 숙여 보였다. 그 모습이 마치 초혜에게 목례를 하는 것 같았지만 실상은 초혜와 눈을 맞추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었다.

"야! 왕지네, 넌 령령 녀석이 혼자 돌아다니면 말려야 할거 아냐?"
"키에엑"

무슨 일인가 싶었던 홍아는 초혜의 그 같은 말에 깜짝 놀라서 비명과 비슷한 소리를 내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홍아는 억울했다.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 맞는 것도 아니고 분명 자신을 보면 사람들이 놀란다고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있으면 절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말라고 하지 않았던가? 헌데 난생 처음 보는 허여멀건하게 생긴 사람들을 뒤 따르는 령령을 자신이 어찌 말린단 말인가? 바로 그 때 홍아를 구해주는 이가 있었다. 바로 초록이 두자성이었다.

"막내 아가씨! 아가씨들 께서 홍아 녀석에게 모르는 사람들 앞에는 절대로 나서지 말라고 했습니다요"
"엥? 우리가 그랬나요?"
"분명합니다요"
"그랬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안되겠다. 홍아 너도 탈피를 해서 몸 크기를 줄여야겠다"

빙궁의 무인들은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 천년오공을 탈피시켜서 몸을 줄이겠다니 그게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도대체 말 같지도 않은 말을 스스럼없이 뱉어내는 단순호치의 저 여인은 누구란 말인가? 빙궁 무인들의 머리 속이 더욱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아울러 자신들이 왜 여기서 발목이 붙잡힌 채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있다. 눈 앞의 여인이 자신들에게 볼일이 없는 것이 분명함에도 계속 머무르고 있었던 것이다.

"알았어! 홍아 넌 다시 숲으로 들어가고 밍밍! 넌 령령 데리고 돌아가"
"푸르릉"

스스스슷

홍아가 숲으로 돌아가고 밍밍이 령령과 함께 돌아서서 길을 내려가자 그제서야 단유영에게 시선을 돌린 초혜가 배시시 미소까지 지으면서 고운 입을 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단유영은 여인의 입에서 단내가 나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며 정신이 혼미해지려 했다.

"죄송해요! 정식으로 인사드리죠. 전 성수의가의 초혜라고 합니다"

그런데 초혜가 자기 소개를 하면서 성수의가를 들먹이자 혼미해지는 정신을 가까스로 붙잡고 있던 단유영의 정신이 번쩍 돌아왔다.

"바,방금 성수의가라 하셨소?"
"맞아요. 왜 그러세요"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소금 덩어리도 그렇고 마차를 중심으로 포진하고 있는 뒤쪽의 소금 덩어리들도 성수의가라는 말에 갑자기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 반응은 분명 일반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초혜가 의문을 표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그것이... 아! 죄송하외다. 나는 빙궁 수호대의 대주인 단유영이라고 하오"
"빙궁? 북해 빙궁? 북해에서 오셨어요?"

그제서야 소금 덩어리들의 복장이 이해되는 초혜였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설원에서 살아가는 그들에게 눈부신 백의 보다 더 어울리는 복장은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사냥이라도 할라치면 은신에 상당한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렇소이다. 허! 이런 곳에서 성수의가의 분을 뵙게 되다니 하늘이 무심치만은 않은 것 같소이다"
"혹여 마차에 병자라도 있으신가요?"
"허허! 맞소이다. 본궁의 소궁주 께서 가사 상태에 빠져 있소이다"

"가사 상태라고요?"
"그렇소이다. 본궁의 반도들이 운기행공 중이신 소궁주를 압습하는 일이 있었소이다. 그 바람에 다급해진 소궁주 께서 무리하게 운기를 중단하시고 암습자를 처단했으나 그만 기혈이 역류하여 주화입마에 빠지셨소이다. 이에 소궁주 께서는 스스로 가사 상태로 들어가 주화입마의 진행을 늦추고 계신거외다"
"아! 허면 제가 좀 봐도 될까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오히려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심정이외다"
"허면 한 번 보죠"

초혜가 그렇게 말하며 마차로 다가가자 빙궁의 무인들이 서둘러 길을 터주었다. 그리고 굳게 닫혀있던 마차의 문이 마침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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