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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연재] 성수의가 167 연재 소설방

"오호! 이것 봐라"

바닥에 나딩구는 검을 발견하고 성큼 다가간 철무륵이 그 검을 주워 들었다. 그리고 유심한 시선으로 붉은 빛을 띤 검갑의 여기저기를 살펴 보다가 검신을 빼 들었다. 그러자 마치 스르릉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 같은 기세로 붉은 검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드러난 검신 역시 검갑 처럼 은은한 붉은 빛을 띠고 있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검갑에서 막 빠져 나온 검신의 중간에 선명하게 새겨진 붉은색의 용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처럼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 끌고 있다는 것이었다. 검신 주변을 은은하게 흐르는 붉은 빛과 용트림을 하며 검신에서 막 빠져나올 듯한 적룡의 모습만으로도 철무륵의 손에 들린 검이 절대로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었다.

"허! 이제 보니 그 검은 바로 화룡검이 아닌가?"

드러난 검신이 마음에 든 듯 흡족한 미소를 떠올린 철무륵이 검신을 한차례 휘둘러 본 후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때 일성 도장의 입에서도 나직한 감탄성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화룡검이요?"
"어르신, 이 검이 화룡검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그렇다네"

설지와 철무륵이 동시에 떠올린 의문에 답을 한 일성 도장이 부연 설명을 했다.

"이백년전의 인물이긴 하지만 검후라고 하면 자네도 기억할걸세"
"검후? 아! 화령선자 북궁설"
"그렇다네 여인의 몸으로 진정한 검후의 자리에 오른 최초의 인물이기도 하지. 바로 그 화령선자의 애검이 바로 그 화룡검일세"

"그렇습니까?"
"그렇다네. 검신에 선명하게 새겨진 적룡을 보아하니 내 짐작이 맞을걸세"
"헌데 그 화룡검이 왜 여기에..."
"그야, 낸들 알겠는가. 화룡선자 께서 말년에 은거하면서 그녀의 애검도 같이 사라졌다고 알려졌는데 이렇게 다시 보게 되는구만"

"화룡검, 화룡검이라, 마공을 익힌 저 놈에게는 과분한 물건이군요"
"그럴걸세. 아마도 저 도우는 화룡검이 가진 진정한 힘을 얻지 못했을걸세"
"도사 할아버지, 화룡검의 진정한 힘이 어떤건데요?"

"허허, 궁금하냐? 전설인지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화룡검에 내력을 주입해서 휘두르면 적룡이 빠져 나와 그 모습을 드러낸다고 하더구나. 그리고 그렇게 빠져 나온 적룡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엔 남아나는게 없을 정도로 광폭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구나"
"호! 이제 보니 화룡검은 신검과 마검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듯 하군요"
"그렇다네. 당시 검후의 성정도 화룡검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네. 열정적이면서도 남자 처럼 호탕했다고 하더군"

"그 말씀을 들으니까 어떤 녀석이 딱 떠오르는군요"
"응? 철숙부 어떤 녀석이라니?"
"있잖느냐? 우리의 주먹 대장!"
"아! 호호호"

웃음을 터트리는 설지의 시선이 멀뚱하게 서있는 초혜에게로 향했다. 더불어 다른 이들 역시 미소띤 얼굴로 초혜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주먹 대장이라는 철무륵의 말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편 갑자기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나'라는 입모양을 설지에게 해보이는 초혜였다. 그 모습이 결국 사람들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게 만들었다.
"크하하"
"허허허"
"허허허"
"호호호"
"그러면 초혜 언니가 주먹 대장이야?"

사도연의 말에 다시 한번 웃음을 터트리는 사람들이었다.

"크하하, 옛다 받거라"

호탕한 웃음 소리 끝에 철무륵이 자신의 손에 들려 있던 화룡검을 초혜에게 던져 주었다.

"응? 철대숙 이 검을 왜 제게..."
"검의 성질도 그렇고 그 검의 옛 주인 성정도 그렇고 네게 잘 어울리는 검 같구나. 이 숙부의 선물이다"
"예? 하지만 이 검은 이미 주인이 있잖아요"
"응? 주인이라니? 누구 말이냐?"

짐짓 모른다는 듯 반문하는 철무륵에게 쓰러져 있는 신검문도를 가리키며 초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 아저씨가 주인이잖아요"
"난 또 뭔 소리라고, 인석아 이 숙부가 누구더냐?"
"그야 산적이죠"

"크하하, 그래 네 말대로 이 숙부는 산적이다. 그런데 산적 놈이 제 손에 한번 들어온 걸 다시 내놓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니더냐. 그런 일은 고금에 없던 일이다"
"응? 철숙부 그건 아냐"
"아니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저번에 초록이 아저씨가 우리 전낭을 뺏어 갔다가 다시 돌려주던걸"
"응? 그,그야... 하여간 설지 네 놈은... 잔말 말고 그 화룡검은 이제 부터 초혜 네 것이다."

"음, 고맙긴한데요. 철대숙, 제가 내력을 주입하면 부서져 버릴 걸요"
"크하하. 부서진들 어떠냐? 어차피 본전 아니더냐, 그러니 내력이나 한번 주입해 보거라'
"그럴까"

그렇게 말하면서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초헤가 화룡검을 빼 들었다. 그리고 조금씩 내력을 흘려 넣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차례 부르르 떠는 것 같던 화룡검에서 작으나마 검명이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검명은 내력의 주입이 거듭되면서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더구나 그 소리는 오래도록 주인을 만나지 못했던 검이 새로운 주인을 만난 기념으로 토해내는 것 처럼 기분 좋은 울림을 가지고 있었다.

"어라! 혜아 저 녀석"
"호! 내 짐작대로 저 녀석에게 딱 어울리는 것 같구나"

설지와 철무륵이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손에 쥔 화룡검에서 울리는 검명이 너무 마음에 들었던 초혜가 모든 내력을 검에 주입했다. 혹시나 터져버리는건 아닌지 하는 생각 따윈 울려 퍼지는 검명을 듣자마자 잊어버린 초혜였다. 초혜가 그렇게 진신 내력을 모두 사용해서 검에 주입하자 화룡검에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검신 주변으로 붉은 화염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더불어 화염이 넘실거리는 검을 들고 있는 이가 초혜가 아니라 만약 철무륵이었다면 그 모습에서 사천왕의 한사람인 증장천왕을 떠올릴 만큼 패도적인 기세가 검신을 따라 흐르기 시작했다. 화룡검의 변화를 보면서 미소를 지어 보인 초혜가 서서히 검을 들어 올리고 태극혜검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동안 자신의 내력을 버텨내는 검을 찾지 못해 태극혜검을 전력으로 펼쳐 보는 것이 불가능했던 초혜가 마음에 드는 검을 만나자 진심을 담아 태극헤검을 펼쳐내기 시작한 것이다. 붉은 화염이 넘실대는 화룡검으로 펼치는 태극혜검은 분명 진소청이 펼치는 태극혜검과 같으면서도 다르게 보였다. 아마도 두 사람의 성정에 따라 그렇게 보이는 것이리라.


더구나 화룡검의 전설이 더이상 전설이 아니게 되는 순간을 목도하게 되자 사람들의 입에서는 나직한 탄성이 토해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화룡검에서 적룡이 빠져 나와 검을 따라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적룡이 현신하면서 광폭하고 뜨거운 열기 까지 함께 전해지자 사람들은 서둘러 검의 영향권에서 물러났다. 초혜를 중심으로 적룡의 뜨거운 열기에 잠식된 공간에서는 모든 것이 재로 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순한 검무에서도 이 처럼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화룡검이 만약 실전에서 살심과 접하게 된다면 그 결과는 상상 이상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었다. 한편 마음에 드는 검을 만나 모처럼 태극헤검을 전력으로 펼치던 초혜가 제 흥에 겨워 잠시 주위를 망각하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자칫했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왜냐하면 초혜가 힘차게 검을 뿌린 방향이 바로 사람들이 서있던 쪽이었기 때문이다.

주변의 공기 까지 화르륵 불태우면서 무시무시한 기세로 날아드는 적룡의 모습에 잠시 대처할 바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당황해 할 때 기사가 벌어졌다. 날아오는 적룡을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청룡이 가로막고 나선 것이다. 그리고 적룡과 청룡이 한데 뒤엉키는 것 같더니 이내 적룡은 청룡에 의해 갈기갈기 찢어져 허공 중에서 산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적룡을 찢어 발긴 청룡은 허공을 한바퀴 휘돌면서 적룡의 잔재를 모두 삼켜버린 후 다시금 왔던 곳을 찾아서 돌아가고 있었다. 그 청룡이 돌아가고 있는 곳에는 오른손을 앞으로 뻗은 설지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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