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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연재] 성수의가 198 연재 소설방

소리가 들려오자 그 방향 쪽을 내려다 보며 고개를 죄우로 갸우뚱거리던 비아가 이내 날개를 펴고 지붕 위에서 날아 내렸다. 자신이 찾아야 할 존재들인 황제와 대장군이 그곳에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서... 하지만 비아의 그런 바램은 쉽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대전으로 들어가는 커다란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으며 그 앞으로는 여러명의 사람들이 도열하여 철통 같이 입구를 막아서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대전의 입구를 환관 몇 사람과 함께 지키고 있던 금의위의 무장 하나는 지금 황궁에서 처음 겪는 황당한 일을 눈으로 목도하고 곁에 있던 동료를 바라 보며 뜨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전의 입구를 지키고 있던 자신들의 서너발자국 앞으로 난데없이 매 한마리가 척 내려 앉더니 자신들을 빤히 올려다 보며 고개를 좌우로 갸우뚱거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허! 갑자기 이 무슨, 훠어이! 이 놈아 저리 가거라"

자신들의 앞에 겁도 없이 내려 앉은 매 한마리를 바라보며 어처구니 없어 하던 그 무장은 손을 휘저어 쫓을려고 했다. 허나 무장의 손짓에도 불구하고 매는 도망갈 의사가 전혀 없는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고개를 좌우로 꼬고만 있었다.

"허허, 이 놈 봐라, 아무리 미물이라 하나 황제 폐하가 계시는 곳이거늘, 썩 물러가지 못할까!"

무장의 호통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던 매는 다시 한번 고개를 좌우로 꼬고는 한걸음 앞으로 움직였다. 잔뜩 심사가 뒤틀린 비아의 일보였지만 그걸 알 턱이 없는 무장은 뒤로 움직인 것이 아니라 앞으로 움직이는 매를 보고 어처구니없어 했다.

"어라? 이 놈 봐라"
"껄껄! 자네 호통도 별무소용이로구만"
"참으로 겁이 없는 놈이로세. 단칼에 베어버리면 좋겠지만 폐하가 계시는 대전 앞이라 그럴 수도 없고..."

글쎄? 누가 겁이 없는지는 두고볼 일이었다.

"껄껄, 어떻게 잘 한번 구슬려보게나. 내 열심히 응원해줌세"

답답한 황궁 생활 속에서 모처럼 재미난 일을 만났다는 듯 다른 한 사람의 금의위가 즐거워하자 그 모습을 본 비아가 한걸음을 더 내디뎠다. 무장들의 바로 코 앞으로 다가선 것이다. 그런 비아를 본 금의위의 무장도 성큼 한걸음을 내디뎌 손을 뻗었다. 금나수로 비아를 틀어쥐려 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무장의 바램을 들어줄리 없는 비아였다. 딱 한걸음 물러나는 것으로 무장의 손을 피해버린 것이다.

눈 앞의 매를 손쉽게 잡을 수 있을줄 알았던 무장은 자신의 금나수가 헛손짓에 그치자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뒤로 물러난 비아를 바라봤다. 참으로 절묘하고 시기적절한 순간에 딱 손이 미치지 않을만큼만 피해버린 것이다. 금의위의 무장이라면 고수 소리를 듣지 않는 이가 없기에 그런 비아의 행동이 범상치 않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던 그였다.

"어?"
"껄껄껄, 이제보니 자네 간밤에 잠을 설쳤나 보군. 날 잡아잡수쇼 하며 다가든 매 한마리를 잡지 못하다니 천하의 금의위가 언제 부터 이렇게 되었나. 껄껄껄"
"그,그게 아닐세"
"그게 아니긴, 이보게 우환관, 자네가 이 사람 대신 저 매를 쫓아버리게"
"예이"

금의위 무장에게 지명을 받은 젊은 환관 하나가 앞으로 나선 후 비아를 향해 종종 걸음을 옮겼다. 이때 까지만 하더라도 장내에 있는 그 누구도 비아의 첫 번째 제물이 우환관이 되리라고는 전혀 짐작 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손을 휘저으며 다가드는 환관을 바라보던 비아가 갑자기 양날개를 활짝 펴더니 훌쩍 날아 올라 환관에게 날아들었던 것이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다음 순간 철썩하는 소리와 함께 우환관의 한쪽 눈두덩이가 비아의 날개에 사정없이 강타당하여 부풀어 올랐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우환관의 눈을 밤탱이로 만들어버린 비아는 서슴없이 그 옆의 금의위 무장에게 날아들어 날개를 휘저었다.

철썩! 철썩!

"아이고!"
"으악!"
"크윽"

순식간에 십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비아의 날개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한쪽 눈을 제물로 바쳐야만 했다. 거기에는 지위고하가 따로 없었다. 대전을 지키고 있던 모든 이들이 순식간에 당해버린 것이다. 결국 금의위 무장 하나가 검집에서 검을 빼들었다. 허나 그것은 그 무장의 불행의 시작이었다.

감히(?) 자신에게 검을 빼든 무장을 용서할 만큼 비아의 마음이 곱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때린데 또 때리는 비아의 절세신공 앞에 그 무장은 다른 누구 보다 더욱 큰 언덕을 눈두덩이에 쌓아 올릴 수 있었다. 한편 비아의 공격이 시작되기 전 대전 안에서는 황금빛으로 칠해진 용상에 앉은 황제가 시립한 만조백관들을 굽어보며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그래, 그랬단 말이지,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게 좋겠소"
"예. 폐하 소신의 생각으로는 병력을 출정시켜..."

탐스러운 백염을 길게 늘어뜨린 온화한 인상의 성화제가 대신들의 앞에 서있는 자에게 의견을 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전 안에는 유독 세 가지만이 황금빛을 발하고 있었는데 첫 번째는 황제의 용상이요, 두 번째는 황제에게 자신의 의견을 고하고 있는 자가 걸치고 있는 갑옷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황금빛 갑옷을 걸친 이의 왼손에 쥐어진 금검이었는데 그 검은 바로 대정국의 호국보령대장군을 상징하는 금검이었다. 그렇다. 만조백관 앞에서 당당한 모습으로 자신의 의견을 고하고 있는 그는 바로 대장군 교남천이었다. 성수의가의 가모가 된 교헤린의 부친이자 설지에게는 사장어른이 되는 바로 그였던 것이다.

"하오니... 응?"

황제를 바라보며 무슨 말인가를 이어나가던 교남천의 말이 중도에서 잘렸다. 갑작스럽게 대전 입구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에 말문을 닫은 교남천은 황제를 향해 예를 표한 후 고개를 돌려 큰 소리로 외쳤다.

"무슨 일이냐?"

대장군의 호통은 대전 입구의 환관에게 전달되었으며 그 환관을 통해 입구를 지키고 있던 자들에게 곧바로 전달되었다. 그러자 잠시후 조심스럽게 커다란 문이 조금 열리는가 싶더니 그 틈 사이로 환관 하나가 부리나케 뛰어 들어와서 문을 닫아 걸었다. 마치 생사대적이라도 쳐들어온 듯한 그 모습에 의아함을 느낀 대장군이 다시 호통을 쳤다.

"네 이 놈, 지금 뭣하는게야"
"하,합하. 그것이 아니오라"
"어허! 이 놈이 뉘 안전이라고 말을 더듬는게야. 무슨 일이냐?"
"예. 합하, 그것이..."

환관의 이상한 행동에 시립한 대신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런데 말문을 열기 시작한 환관의 모습이 조금 이상했다. 옷은 흐트러질 대로 흐트러져 있었으며 한쪽 눈두덩이는 누군가에게 얻어 맞은 것 처럼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환관으로 부터 설명을 들으면서 그런 차림새가 된 연유를 알게 된 대장군이나 대신들의 표정이 묘했다.

"그러니까 네 놈 말은 매 한마리가 갑자기 난입하여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다는 뭐 그런 말이더냐"
"에. 그러하옵니다. 합하"
"금의위는 뭣하고 있는게야"
"합하, 금의위도 저랑 같은 처지인지라..."
"뭐라? 이런 칠칠치 못한 놈들 같으니, 그깟 매 한마리를 감당치 못해 이리 소란을 일으킨단 말이냐?"

노성을 터트린 대장군이 환관에게서 시선을 돌려 황제를 올려다 보며 읍을 했다.

"페하! 송구하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조처하겠나이다"
"껄껄껄. 그리 노여워 할 것 없소. 그보다 뭐 생각나는 것 없소?"
"예? 무슨 하문이시온지..."

"껄껄껄, 짐이 알기로 금의위라면 당금 강호에 나가더라도 절정 고수 소리를 듣는다고 했지 않소?"
"예. 폐하. 그러하옵니다"
"헌데 그런 고수들이 매 한마리에 쩔쩔맨다? 뭔가 이상하지 않소?"

"그러고 보니..."
"껄껄, 내 짐작이 맞다면 그 매는 아마도 그 녀석이 보냈을거요"
"아! 사하생의 애조인 비아, 허허, 듣고 보니 그렇사옵니다. 허면 소신이 나가보겠습니다"

"그러는게 좋을 것 같소. 아랫 사람들이 더 상하기 전에 서둘러 나가 보시오. 껄껄껄"
"예. 폐하"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전 입구로 향하는 대장군의 보보에 만조백관들의 시선이 모아졌다. 황제와 대장군이 나눈 대화에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한 대신들이 대장군의 걸음에 촉각을 곤두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 신나게 날개 타작 한판을 벌인 비아는 다시 대전 입구에 얌전히 날개를 접고 내려 앉아서 마치 '주인은 언제 나와?'라는 듯 고개를 좌우로 꼬고 있었다.

그런데 대전 입구의 풍경이 바뀌어 있었다. 조금 전과 달리 비아의 한차례 공격으로 인해 흉흉한 기운이 흐르는 살풍경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모든 금의위들이 검을 빼들고 얌전히 앉아 있는 비아를 포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때 커다란 대전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휘황찬란한 황금빛 갑옷을 입은 대장군 교남천이었다.

"자네들, 이 무슨 소란인게야?"
"하,합하"
"합하"

"에잉, 쯧쯧, 그래 매 한마리가 난입했다고?"
"예. 합하"

"삑"
"허허허, 비아가 맞구나."
"삐익"

대장군의 모습을 확인한 비아가 날카로운 고성을 반가움 대신 토해낸 후 발목으로 다가가 부리를 비벼대었다. 그런 비아를 손목 위로 들어 올린 교남천이 비아의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반갑구나. 그래, 무슨 일이더냐?'
"삑"

교남천의 물음에 짧게 고성을 토해낸 비아가 머리를 숙여 발목에 묶인 가죽 주머니를 부리로 톡톡 건드렸다.

"서찰을 가져온게냐?"
"삑!"
"그래? 내게 보내는 것이더냐?"
"삐익"

고개를 가로저은 비아가 대전의 정중앙으로 시선을 주었다.

"응? 설마 폐하께 전해드리라더냐?"
"삑"

고개를 끄덕이는 비아를 바라보던 교남천의 손이 비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서찰의 주인이 기다리는 대전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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